
안면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붕붕이(-_-;)를 하루 빌렸다. 프라이드는 사실 i30의 차선책이었지만 i30보다 먼저 출시되었다는 점 빼고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디자인도 무난하고, 내부도 생각보다 넓었으며, 승차감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다만, 120km/h를 넘기면 핸들이 바들바들 떨렸는데 렌터카 회사에서 과속 방지를 위해 일부러 해놓은 거라고 믿고 싶다. -_-;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붕붕이는 그런 현상을 일으킨 적이 없단다.)
물이 빠져 갯벌을 드러낸 부교를 건너 무인도 비스무리한 곳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돌맹이를 쌓아놓았길래 나도 동참했다. 소원도 빌었다.
드디어 바닷물에 들어가 98% 신이 난 Elly. 아무래도 서해라 그런지 바닷물도 동해에 비해 탁해 보이고, 더운 바람이 불어서 피서지로서의 청량감은 약간 부족했지만, 일단 도시에서 벗어나 바다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았다.
어이쿠 넘어질라. 우리가 간 곳은 밧개해수욕장이다. 피서객이 많지 않고, 해수욕장 자체가 아담해서 편했다. 입장료? 당근 없었다. 바가지 씌우는 상인도 없었다.
Elly가 좋아하는 발사진 찍기. 나는 Elly의 발가락이 작고 앙증맞아서 귀엽다고 하고, Elly는 내 발가락이 너무 길다며 징그럽단다. -_-;
안면도 여행가이드북이 있었기 때문에 여행 전에는 여기저기 둘러볼까 하는 생각도 가졌지만, 막상 이 곳에 자리를 잡았더니 너무 편해서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
안면도 남쪽에 있는 영목포구에 가서 매운탕을 먹고, 서해의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샛별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사진 한 방.^^ 해 질 무렵이라 바닷물이 훨씬 시원했다.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 지는 해를 보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 모두가 참 행복해보였고, 우리도 그랬다.
Elly의 직감을 믿고, 저녁노을을 감상하기 위한 장소로, 안면도에서 제일 크고 유명하다는 꽃지해수욕장 대신 다른 작은 해수욕장에 간 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역시 여자의 직감은 남자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도 적당히 정겹게 들렸고,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바다는 무드를 잡기에 딱 좋았다. ^^
안면도는 참 크나큰 시련을 겪은 곳이고, 여전히 후유증이 남아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제법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 붕붕이(-,.=;)를 타고 어느 골목을 통과하던 중, 그 곳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나를 보고 일제히 경례를 했다. 나도 따라서 경례했더니 그 아이들이 깔깔 웃는 소리가 붕붕이 뒤에서 들려왔다. 또래의 도시 아이들에게서 볼 수 없는 천진난만함이 사실 많이 부러웠다. 그 때 붕붕이에서 잠시 내려 그 아이들 사진을 찍고 올 걸...
안면도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붕붕이 안에서 Elly와 함께 듣던 음악은 참 분위기있었다. 마치, 감동적인 영화가 끝난 후에 올라오는 엔딩크레딧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그렇게 여행을 많이 해보고도 처음 알았다.
시골 분위기에 취하게 해주고, 하루 동안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Elly와의 여행도 시간이 흘러 '어제'가 되었고, 어느새 벌써 한 달 전이 되었고, 이제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현실을 레이스로 비유하자면, 이제 Elly와 나는 한창 치열하게 해쳐나가야 할 구간에 와 있다. 그녀 말대로 여유와 낭만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있다. 하지만 골인지점을 하나씩 하나씩 통과할 수록, 우리는 '성숙'해져 있을 것이고, 그 때는 좀 더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www.sillyguppy.org/tc/trackback/42


댓글을 적어주세요
응. 꼭 그럴 수 있을꺼야.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그날까지, 화이팅!
응. 생각해보면 지쳐서 쉬고 싶을 때, 여행의 추억을 잠시 회상하면 힘이 나서 다시 달릴수 있을 것 같아. 적당한 페이스를 늘 유지하며 한번 열심히 달려봅시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