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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던 동안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의 초반부를 띄엄띄엄 봤다. 나 개인적으로도 첼로를 배워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데다, 플룻을 부는 여고생 하이든 역을 맡은 현쥬니(본명이다)라는 배우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내 짝이라 방영 전부터 관심을 많이 가졌던 드라마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베토벤 바이러스>의 경우,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싱크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강마에(김명민 분)가 지휘하는 모습은 지휘자보다도 더 지휘자 같다. 강마에가 지휘 콩쿠르에 나갔으면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타마키 히로시 분)는 절대 1위 못했을 것이다.-_-; 그만큼 대단한 김명민 씨의 연기와 나름 참신한 소재 덕분에 요즈음 이 드라마가 제법 인기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드라마의 대사도 유행어로 생산(?)되고 있는 것 같은 데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사는 바로 '똥덩어리'다. 강마에가 첼로를 연주하는 전업주부 아줌마 정희연(송옥숙 분)에게 내뱉은 독설이다.


강마에 : 음대 나온 거 맞아요?
정희연 : 예...
강마에 : 근데 왜 이래요?
정희연 : 오랫동안 안 해서...
강마에 : 민폐인 거 알아요, 몰라요? 정희연이라고 불리우고 싶다고 했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진다는 거에요. 아줌마 책임지고 있어요? 나 같으면 이 실력에 무서워서라도 그런 소리 못하겠는데 참 용감해, 아줌마.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만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도 많네.
강마에 : 그래서 어떻게 봐달라고요?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난 그 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네요. 똥.덩.어.리
강마에 : 자 지금이라도 주제 파악을 해볼까요? 따라 해보세요. 똥.덩.어.리

최근에 나는 내 인생 23년을 통틀어 가장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영국에 있으면서 수 차례 위기를 겪기는 했으나 식음을 전폐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업자득이었다. 내가 들어야 할 '똥덩어리'라는 모욕적인 말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대신 해준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위기에서는 벗어났고, 지금은 별 잡념 없이 내 할 일에 다시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가 극복한 것이 아니기에, 이번 일은 내게 있어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새로운 다짐이 생겼고, 심지어 내 좌우명까지 바꾸었으니까... 사실 의지가 박약하여 게으름이 어쩌고, 노력이 어쩌고 하는 등의 진부한 문구에는 무디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나의 새 좌우명을 '구사일생'으로 바꾸었다. 똥덩어리가 되지 않는 것이 새 다짐이다. 이제는 두 번 다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 인생을 맡기고 싶지 않다.
2008/10/07 16:30 2008/10/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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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10/14 16:1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신동익 2008/10/15 10:44

      응. 고맙다. 너만 읽을 수 있는 비밀 댓글을 달 수 있기는 하지만 댓글은 조만간 이메일로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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